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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로 보는 동양 역사 이야기

<미스터 선샤인>의 주요 배경이 된 고종의 비밀 정치자금의 이야기

by 역사는극치 2023.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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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인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1화에 나오는 역사 이야기를 소개하였습니다. 드라마의 주된 배경은 고종 황제의 비밀 정치자금, 이른바 '고종 비자금'을 다룹니다. 현대사회에서 일부 정치인들의 비자금에 관련된 뉴스가 종종 나오지만 과거에도 이러한 비자금이 있었는지에 대한 소재는 흥미를 유발합니다. 하지만 고종이 비자금을 뒀다는 팩트 자체는 확인된 역사적 사실입니다. 물론 드라마는 사실에 허구를 더한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고종의 정치자금에 대한 역사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사 이야기

고종의 비자금이 임시정부로?

<한국야담사화>에 따르면, 고종 비자금 중 일부가 독립운동가 이화영의 손에 거쳐 상하이 임시정부 설립에 쓰였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그에 대한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임시정부는 도산 안창호 선생이 미주 대한인국회에서 모금한 독립금액 2만 5천달러를 토대로 상하이 프랑스 조계의 건물을 빌려 임시정부 첫 청사로 썼다고 합니다. 근거가 전혀 없는 이유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임시정부의 기록물을 통째로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알려진 고종의 비자금과 호머 할버트

고종황제는 일본 엔화로 예치된 외국은행에 비자금이 있었습니다. 1903년과 1904년 2번에 걸쳐서 금괴 23개를 포함한 2만 2500엔의 내장금(임금의 개인 자금)을 상하이 덕화은행에 예치했다고 합니다. 덕화은행장이 작성한 1903년 12월 2일 자 영수증에는 황제 폐하의 명에 의해서만 처분된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증서는 1909년 10월 20일 고종의 뜻에 따라 미국인 출신 독립운동가 호머 헐버트에게 전해졌습니다. 조선인도 아닌 파란 눈의 외국인인 헐버트는 누구이길래 고종이 그에게 이런 중요한 임무를 맡길 수 있었을까요? 호머 헐버트는 그가 스무 살 때 원어민 영어교사로 조선에 처음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후 고종황제와 인연을 맺었고 조선에 대한 마음을 주게 되었습니다. 훗날 일본의 조선 침략에 분개하여 항일 운동가로 활약하게 됩니다.

을사조약이 채결되자 고종의 특사로 미국정부를 방문하고 1907년에는 헤이그 만국평화희의를 무대로 일본의 침략행위를 고발하는 행동을 했습니다. 하지만 헤이그 특사 사건으로 폐위된 고종은 더 이상 헐버트를 궁으로 불러들일 수 없었습니다. 이후 다른 경위로 고종은 할버트에게 비자금을 찾아 미국에 예치하라는 지시를 합니다. 하지만 할버트와 고종이 모르는 새 비밀 자금은 모조리 인출되어 잔고가 0원이 되어버렸습니다. 

일제의 또 다른 만행

고종의 명령에만 인출할 수 있었던 돈은 바로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잘 알려진 이완용의 동생 이윤용에 의해서 인출되었습니다. 이윤용은 이완용의 지시로 이러한 짓을 하였습니다. 이완용에게 이런 지시를 내린 사람은 바로 이토 히로부미입니다. 이후 이윤용은 일본으로부터 훈장과 남작 작위를 받았는데, 왜 그가 이런 상을 받았는지 짐작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포기하지 않았던 헐버트

돈을 빼앗긴 후 헐버트는 고종의 명을 지키기 위해 애썼습니다. 고종황제가 세상을 떠난 1919년 이후에도 모든 인맥을 총동원하여 도난당한 예치금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조선이 일본에게 해방 후 대통령이 된 이승만에게 덕화은행에서 발행한 영수증, 일본이 독일정부에 예금 일출을 요청하는 서한 등 관련 문서를 모두 넘겨주며 고종의 비자금 찾기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서류를 모두 넘긴 후 1949년 8월 5일 헐버트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서류를 인수한 이승만은 모든 정부의 기관을 동원하여 비자금 환수 작업에 돌입하였으나 어떠한 결과를 가지고 왔는지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과연 비자금은 어디에

비자금을 가로챈 일본의 만행, 과연 고종의 정치자금이 독립운동가에 의해 사용되었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드라마에서도 나오지만 고종의 정치자금이 일본의 손에 들어가면 조선에 철도를 설치하여 다른 나라와의 전쟁을 하기 위함에 사용되었을 것이며 독립운동가들에게 사용되었다면 이런 철도를 무너뜨리기 위해 사용되었을 것입니다. 

또한 모든 서류를 받고 재임기간 동안 고종의 정치자금에 대해 어떠한 기록도 남기지 않은 초대 대통령. 과연 비자금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었을까요? 외롭게 평생을 고종의 명을 받들기 위해 싸워온 헐버트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의 역사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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